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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1-18 22:47
맑은 音 거문고 ‘다류금’ 탄생 [문화일보]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21,285  


“북한 국악인들이 전통악기 가운데 유일하게 둔탁한 음이 싫다며 개량화를 포기하고 폐기처분한 게 거문고입니다. 바로 이 전통거문고의 음량과 음역을 크게 확장한 개량거문고 ‘다류금(多流琴)’은, 거문고 연주자들이 기존 주법을 바꾸지 않고도 전통음악과 창작곡을 두루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정악가야금(82년), 21현 개량가야금(84년), 18현 개량가야금(86년) 개발로 국악기의 역사를 바꿔온 악기장(중요무형문화재 42호) 고흥곤(52)씨가 최근 개발한 다류금 초연 행사가 12일 저녁에 열린다.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한국음악창작발표회 ‘새가락 삼일야’ 첫날 행사에서 ‘추당굿-가을산조’ 초연으로 다류금의 탄생을 세상에 알리게 된 것.

숱한 개량화를 거치며 진화한 가야금이 대중화된 전통 현악기로 빛을 발해온 데 비해, 옛 선비들이 사랑방에서 즐기던 거문고는 고색창연한 소리로 성장을 멈춰왔다.
지난해 추계예술대 이재화교수가 기존 6현을 10현으로 늘린 창작음악용 ‘회현금’을 개발했지만, 짧은 여음과 둔탁한 소리등 전통 거문고 소리의 근본적 약점은 개선되지 않은 것.

“과거 사랑방에서 연주하던 거문고는 속에서 끈적끈적하는 소리, 엄정하고 둔탁하고 애잔한 음이 어울려 밝고 큰 소리가 필요 없었지요.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사람들이 빠르고 밝은 소리를 선호하게 돼 큰 무대와 야외 연주에 어울리도록 거문고 음색도 탈바꿈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류금은 다양한 음악적 적용이 가능하다는 뜻에서 고씨가 붙인 이름. 공명이 커지도록 거문고 몸통에 많은 구멍을 냈다. 뒤판 홈을 길고 널찍하게 파내 소리가 막힘없이 시원시원하게 빠져나오게 했다. 용두(龍頭)쪽 홈도 악기통이 통째로 보이도록 넓게 뚫었다.

특히 괘 아래쪽에 구멍을 뚫어 마치 장애물경기 허들처럼 괘를 배치해, 맑고 깨끗한
음색이 나도록 했다. 고씨는 “맨 위쪽 괘 1개를 추가해 17괘로 제작, 산조·정악 외에 민요창 음까지 낼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기존 거문고는 16괘의 고음에 이르면 턱턱거리는 소리가 나 전통음악에서 이 16괘는 거의 쓰인 적이 없다.

다류금 초연 주인공인 우리원 거문고연주자 이방실(30)씨는 “소리가 깨끗해지고 여음이 훨씬 길어졌다”며 “지금까지 가야금과 거문고 이중주때 거문고가 가야금 소리에 묻혔는데 다류금으로 이 단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고씨는 “지나친 변형은 북한 사례처럼 국악기를 서양악기로 변질시킬 위험성이 있다”며 “전통 거문고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음량·음역의 핸디캡을 보완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다류금은 고씨가 국악원 연주자들의 요청으로 4∼5년전부터 개발에 착수해 최근 완성한 것. 고씨는 “기존 거문고 소리의 풋풋한 정취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국악 애호가들의 냉철한 평가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 정충신기자 csjung@ munhwa.co.kr